매일 새벽 4시쯤되면 환경부의 차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생각한다. 조용하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이 새벽도 무언가로 채워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방에 불을 끄고 침대로 향했을 때, 침대와 맞닿은 벽을 보고 현실을 잠깐동안 잊고 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가로등불빛과 나뭇잎들이 나의 방 벽에 들어왔다. 꼭 흑백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혼자 그림자를 만들며 놀다가 나뭇잎과 손을 닿게했다. 그림자로 봤을 땐 꼭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고 느껴졌는데 지금보니 참 오그라든다. 혼자 그렇게 고요한 새벽에 나만의 상상의 공간에 잠시 머물렀다. 고요했고, 어지럽지 않았고, 즐거웠다.

아름다운 건 어떤 걸로 담는 다고 해도 실제보다 못한 것 같다. 그냥 우리의 눈과 머리와 마음에 담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오랜 동안 남는 것 같다. 머릿속에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은 과거에 조금은 힘들었던 일인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은 참 흑백이었다. 문문이라는 가수가 부른 '물감' 이란 노래의 가사처럼 '그 흔한 조명없이 밝았던 아이었지' 이 가사가 꼭 나와 같았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는 밝은 조명 하나 없이도 빛을 내려고 안간힘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렸는데 뭐가 그렇게 버텨야하는게, 이겨내야하는게, 그래도 괜찮아야하는게 많았는지 그 아이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리고 애 많이 썼다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매일이 버텨내야 하는 시간들이고, 공포이고, 밝은 척해야하고, 내가 이겨내야만 하는 그런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왜인지 이런 일들은 쉽사리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런 시간을 버티고 있는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어쩌면 오랜 시간을 이렇게 벼텨온 너는 참 대단한다고 지금은 모를 수 있는데 너 정말 대단하다고 버티느라 너무 많이 수고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정말 어른이 되면 순간을 버티는 아이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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